중앙일보, 1월20일 16시41분
풀만 먹는 코끼리가 제일 힘이 센 짐승이기 때문일까.
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.
채식이 고혈압.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질환까지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TV 프로그램이 최근 나가자 국민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.
채소 소비량이 급증하고 채식 전문식당이 성황인가 하면 아예 식단에서 고기를 일체 배제하는 채식주의자들도 늘고 있다.
채식 위주 식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주의사항 등을 알아본다.
◇ 채식에도 종류가 있나〓크게 세종류가 있다.
모든 동물성 식품을 거부하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전, 우유나 치즈 등 유제품은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, 유제품 외에 계란까지 먹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(lacto ovo vegetarian) 이다.
미국 등 선진국에서 채식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이다.
◇ 채식은 왜 좋은가=고혈압과 당뇨, 심장병, 고지혈증, 비만, 대장암 등 현대인에게 문제가 되는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.
채소엔 이들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.
◇ 채소와 과일 중 어느 것이 좋은가=어느 쪽이든 좋지만 굳이 고른다면 채소가 좋다.
채소는 과일에 비해 살을 찌게 하는 당분이 적은 반면 섬유소와 비타민 등 항(抗) 산화제가 많다.
◇ 채식만으론 단백질 부족이 오지 않나 〓아니다.
극단적인 채식에서도 콩이나 밀.옥수수 등에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.
문제는 양보다 질이다.
육류의 경우 단백질의 주성분인 20가지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있지만 채식에선 일부 아미노산이 부족할 수 있다.
콩의 경우 메티오닌, 쌀이나 밀의 경우 라이신, 옥수수의 경우 트립토판이 결핍돼 있다.
특정 아미노산의 부족을 막기 위해선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곡류를 혼합해 섭취할 필요가 있다.
◇ 채식을 해도 비타민제는 필요한가 =그렇다.
비타민 B12가 대표적 사례다.
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품을 통해서만 섭취가 가능하다.
비타민 B12는 태아의 신경발달과 빈혈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.
비타민 D와 리보플라빈도 채식에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이다.
◇ 채식으로 부족하기 쉬운 성분은 무엇인가 =철분과 아연.칼슘 등 무기질이다.
이들 모두 키와 체중이 자라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매우 중요한 성분이다.
철분은 콩, 칼슘은 견과류에 많긴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.
풀만 먹어도 코끼리가 큰 이유는 유전자 때문이다.
사람과 코끼리는 유전자가 다르므로 풀만 먹어선 성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.
◇ 어떤 사람이 채식을 고려해볼 만한가=배가 나온 중년이라면 채식 위주의 식단이 좋다.
복부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주범이기 때문이다.
잦은 회식으로 육류와 술을 과다 섭취하는 직장인이나 운동부족으로 살이 찐 주부, 혈액검사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사람도 모두 채식이 바람직하다.
◇ 채식만 해서는 안되는 사람은 〓인체의 영양소 흡수율은 동물성 음식보다 식물성 음식이 낮다.
같은 양의 영양소라면 식물성 음식은 동물성 음식보다 서너배 이상 섭취해야 한다.
따라서 많은 영양소가 필요한 임신 여성 및 젖을 먹이는 여성,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, 많은 양을 먹을 수 없는 노인은 채식만 해서는 곤란하다.
◇ 조리상 유의사항은 〓당근이나 상추 등 입 안에서 질겅질겅 씹히는 채소는 생으로 먹어도 좋다.
그러나 배추나 파인애플 등 단순히 부피만 차지하면서 위장벽을 할퀼 수 있는 셀룰로오스 등 거친 섬유소가 많은 채소는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.
◇ 결론 〓채식만으로 높은 수준의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아 극단적인 채식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.
가능하면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이 좋다.
종류별로 차등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.
성인병 고위험군이 아닌 보통 사람이라면 영양학적으로 채식에 비중을 두되 육식을 병행하고 패스트 푸드는 극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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